카자흐스탄에서 아리랑 사진전 개최
  관리자 Date : 2015-01-09 16:44:54 | hit : 2977 

 

 

            디아스포라 아리랑 사진전 리플렛. 고려인의 역사와 강제 이주, 아리랑이 전해진 과정이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정선아리랑연구소는 2014년 11월 주 카자흐스탄 한국대사관 알마티 분관과 공동으로 카자흐스탄 알마티와 딸띠코르간, 우슈토베에서 디아스포라 아리랑 사진전을 열었다. 11월 12일 딸띠코르간 이리야스 잔술그로브(Ілияс Жансүгіров) 문화궁전 극장에서 열린 사진전은 현지에서 뿌리내린 고려인들이 자긍심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주알마티 분관이 개최한 한국문화의 날 행사에 맞춰 열렸다. 11월 13일에는 전시장소를 정선군과 교류하는 까라탈군 오페라하우스로 옮겨 전시회를 열어 고려인들이 중심이 된 까라탈 군민들이 공연에 앞서 사진전을 관람할 수 있었다. 15일부터 16일까지 열린 알마티 사진전은 카자흐스탄 ‘순국 선열의 날’ 행사와 ‘한국 문화의 날’ 행사를 기해 알마티시 한국교육원 오페라홀 입구와 복도 공간에서 열렸다.

 

고려인들이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일대로 이주한지 77주년이 되는 해에 열린 사진전은 정선아리랑연구소에서 지난 20여 년 동안 국내외 아리랑을 연구하며 미국, 일본, 러시아, 프랑스, 중국 등 해외에서 직접 수집한 엽서와 사진 등을 확대 인화한 50여 점의 사진을 선보인 전시회다.

 

                  카자흐스탄 알마타주 딸띠코르간 이리야스 잔술그로브 극장에서 열린 아리랑 사진전.

                  강제이주 이전 연해주 한인들의 모습과 생활 등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역사를 담은 50여

                  장의 희귀 사진들이 전시되었다.

 

 

전시회에 소개된 사진들은 1900년대 초 칼 요한 슐츠(Schoultz, Carl Johan, 1849~1923)가 찍어 모스크바의 ‘Scherer, Nabholz & Co’에서 발행한 엽서와 러일전쟁을 전후로 일본에서 발행한 상업용 엽서들이 대부분이다. 1890년대 연해주에 살던 고려인의 모습과 1937년 고려인들이 하루 아침에 집과 논밭을 빼앗기고 중앙아시아행 화물열차에 몸을 싣던 블라디보스토크 역을 비롯한 이주 과정 속에 거쳐 온 역사(驛舍)의 모습, 중앙아시아 정착 후 손발이 부르트도록 땅을 일구며 ‘사회주의 조국’인 소련을 위해 헌신하던 삶의 모습 등 고난의 역사를 기록한 현장의 사진들이다. 50여 점의 사진 어느 한 구석에서도 멋스러움을 추구한 흔적을 찾기 어렵다. 프레임 중심에 놓인 것은 한결같이 ‘사람 이야기’다. 겨울철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누추한 흙집 옆에 서있는 어린이들, 골목길에 늘어앉아 일감을 기다리는 짐꾼의 시선과 표정에는 고단하고 서글픈 제각각의 속내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1880년대 개척리의 모습이 담긴 실물 사진들은 고려인이 1937년 강제이주 되기 전 신한촌을 비롯한 조선인 집단 거주지의 주거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귀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이들 가운데 블라디보스토크 어촌의 모습과 신한촌의 모습, 꼴호즈에서의 공연 모습 등 대부분의 사진들은 처음 공개되는 것들이 많아 현지 전문가들의 관심을 더욱 부추겼다.

 

올해는 고려인이 러시아 등으로 이주한 지 150주년이 된데다 1937년 고려인 강제 이주를 경험한 지 77년이 되는 해인만큼 아리랑을 통한 한민족 역사의 한 시대를 알 수 있는 소중한 사진전이었던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사진전을 통해 카자흐스탄 현지 고려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1950년부터 1960년대 아리랑을 부르는 사진들을 하나하나 직접 보면서 부모가 살던 곳의 모습을 처음 보고 알게 되었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등 감동어린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현지 언론에서도 중앙아시아에서 처음 열린 아리랑 사진전에 관심이 매우 컸다. 카즈TV에서도 “희귀한 실물 사진과 엽서는 강제이주 이전 고려인들의 주거 공간, 생업, 거리, 의복 등의 모습과 삶의 궤적이 어떠했는지를 역사적으로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이자 사료가 된다.”며 전시회를 높이 평가했다.

 

                        진용선 정선아리랑연구소장이 카자흐스탄 딸띠코르간 이리야스 잔술그로브 극장에서

                        고려인의 수난과 고통의 역사 속에 중앙아시아로 전해진 아리랑을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전시회에 맞춰 사진을 통해 고려인 아리랑의 단면을 보여주는 강연도 열렸다. 11월 12일 전시회가 열린 알마티주 딸띠코르간 오페라극장에서는 제테수대학 한국어과 학생과 고려인을 비롯한 주민 3백여 명이 오페라극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진용선 정선아리랑 연구소장이 고려인의 수난과 고통의 역사를 보여주는 영상 특강을 했다. ‘카자흐스탄에 꽃핀 아리랑’이라는 제목의 특강에서는 19세기 말 우리 민족이 해외로 흩어지게 되는 시련의 시기에서부터 생존을 위해 두만강을 건너 러시아 지신허에 정착하는 배경을 설명했고, 블라디보스토크에 살던 고려인의 곤궁한 삶과 17만 명이 강제이주되어 라즈돌로예역과 타슈켄트역에 도착해 토굴을 짓고 살면서 사회주의 국가인 소련의 국민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연해주에 머물던 아리랑이 마치 꽃씨처럼 묻어와 중앙아시아에 뿌려진 발자취를 설명했다. 특히 강제이주로 도착한 우슈토베에서 배고파 우는 아이들에게 가져온 볍씨조차 내어줄 수 없어 비통한 고려인들에게 빵을 싣고 와 도움의 손길을 내민 부분을 이야기할 때 고려인 관중들은 객석 곳곳에서 눈물을 흘렸고, 통역을 맡은 카자흐스탄 한국대사관 알마티 분관의 전 레나 통역까지 눈물을 흘려 강연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카자흐인들도 강연 도중 수차례의 박수를 보내는 등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카자흐스탄 『한인일보』 11월 20일자에는 “관중들은 객석 곳곳에서 눈물을 흘렸고, 카자흐인들도 강연 도중 수차례의 박수를 보내는 폭발적인 호응을 받은 감동적인 시간”이라고 했다.

 

이날 강연은 사진전의 전시 자료를 선별해 요약한 것으로 수난과 고통, 수치의 역사를 잊지 말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1937년부터 1945년까지 고려인들처럼 절망적인 삶을 살아야 했던 민족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중앙아시아에서도 손발이 부르트도록 땅을 일구었어도 국민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2차대전이 발발하자 국가에 대해 충성을 보여주기 위해 군대에 자원했어도 소련은 고려인을 ‘적성민족(敵性民族)’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18세에서 50세에 이르는 대부분의 남자들은 대신 노동부대에 편입되어 벌목장, 탄광, 군수공장, 건설현장 등에서 혹사당했다. 거기서 언동이 이상하다 싶으면 이질분자로 몰아 아예 수용소로 보냈다. 지금 중앙아시아 30만 명에 이르는 고려인은 그때의 고려인들이 아니라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특유의 근면함과 강인함으로 노력영웅, 학자, 기업인 등을 배출해 중앙아시아 발전을 이끄는 동력이 되었다. 중앙아시아 정부나 국민 모두가 절망을 딛고 일어선 고려인들을 더 이상 그때의 고려인들로 대하지 않는다.

 

고려인 역사 사진은 고려인의 민낯이 드러난 기록이다. 예술은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사진은 진실만을 반영한다. 이번 전시회에서 보여준 것은 사진은 삶과 고통에 대한 기억을 제공하는 매체라는 사실이었다. 고려인들에게 많은 성취가 있었지만 수난의 역사, 고통의 역사를 잊지 않는다면 오욕의 역사는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걸 시사하는 전시와 강연이었다. 고려인이 흘린 피와 땀에 진심어린 경의(敬意)를 보여주어 논리나 주장보다 저마다의 사연이 또렷이 배어난 표정과 자세로부터 스펙터클을 끌어내며 공감(共感)이라는 감성적 요인을 얻게 한 전시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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